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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

결혼 준비 후기 - 10-2. 웨딩 촬영②(스튜디오 리저브하우스 & 예은헤어변형)

by 고키 2023. 10. 29.

촬영 D-day(본식 D-205) 

 

메이크업샵에서 차로 15분 정도 이동해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스튜디오에서는 다른 팀이 먼저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작가님과 만나 사전 미팅을 진행한 후 잠시 대기하다가 촬영을 시작했다. 준비한 촬영 시안은 미팅 때 미리 전달드렸다. 

 

부케: 플래너님  선물


웨딩 촬영용 생화 부케는 우리 킹갓제너럴 플래너님이 선물해 주셨다. 덕분에 여기저기 부케를 알아보고 주문하는 수고를 덜었다(내 친구는 인스타에서 맨날 부케만 찾고 있더라). 만약 원한다면 여기에 추가로 안개꽃 부케를 주문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우리는 귀찮아서 그것까진 안 했다. 

 

 

스튜디오: 리저브하우스 

스튜디오는 리저브하우스였다. 우리는 여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웨딩 사진을 다시 찍는다고 해도 여기서 찍고 싶을 정도였다.

 

일단 리저브하우스는 배경이 다양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실내 사진과 내가 원했던 싱그러운 정원 사진을 둘 다 찍을 수 있다. 소파나 책상 외에 옥상, 지붕, 벽돌, 실내 계단, 실외 계단 등 아이템(?)도 가지각색이다. 아래는 핸드폰 사진으로 느낌만 공유해본다.

 

하얀 벽
하얀 벽 2(무보정 폰 사진에도 이렇게 훤칠한 신랑..ㅎㅎ)
정원 벤치
벽돌
옥상
실내 계단

 

작가님도 좋은 분이었다. 파워 내향형 인간인 나는 작가가 까칠하거나 부담스러운 타입일까봐 내심 걱정했었는데, 리저브 작가님은 밝고 에너지 넘치면서도 부담스럽거나 사람 꼽주는(ㅋㅋㅋ)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촬영 중간 중간 계속 우리를 웃겨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 시안도 엄청 꼼꼼하게 챙겨주셨다. 작가님이 시안 프린트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배경과 컨셉의 사진을 전부 찍어주셨고, 덕분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원본 3천장 나옴). 

 

헤어변형: 예은 헤어변형

그 뒤로 섰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 섰다가.. ㅋㅋㅋ 정신없이 작가님이 시키는 대로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새 시간이 흘러 헤어변형 원장님이 도착(헤어변형은 촬영 시작 1시간 후부터 기본 3시간 진행)했다. 

헤어변형 원장님은.. 신이었다. 그냥 신. 원장님 오셨을 때 나는 마침 소파샷(소파에 엎드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원장님이 순식간에 잔머리 한 올 한올 잡아서 만져주신 덕분에 보정도 필요없는 인생샷이 탄생했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손도 정말 빠른 분이었다.

 

생화 로우 포니테일 변형
리본 핀 반묶음

 

헤어변형 스타일도 적극적으로 구상해주셨다. 원래 나는 사이드뱅 로우번/로우 포니테일사진만 찾아갔는데, 이렇게 하면 뱅 스타일이 겹치니까 로우번은 다르게 해보면 어떻겠냐고 원장님이 먼저 제의해주셨다. 그리고 원장님이 해주신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머리로 찍은 사진은 전부 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작가님 플래너님 원장님한테 부둥부둥받으면서 사진 찍다 보니까 시간도 금방 갔다. 원장님 도착하고 3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결국 헤어변형 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상냥한 남자친구가 선선히 연장하자고 말해 준 덕분이다. 덕분에 내가 하고 싶었던 리본 반묶음이나, 마지막 생화 포니테일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오후 2시부터 장장 7시간 반 동안 진행된 촬영도 끝이 났다.

 

웨딩 촬영을 마치고 

돌이켜 보면 웨딩 촬영은 매 순간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평소와 달리 예쁜 옷 입고 예쁘게 화장한 내 모습도 마음에 들었고, 어색하나마 포즈를 취하는 것도 재밌었고, 조금만 노력해도 예쁘다 잘한다 부둥부둥 칭찬받는 것도 기뻤다. 남들은 장시간 이어지는 웨딩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막 집에 가고 싶었다던데, 나는 오히려 촬영의 끝이 다가오는 게 아쉬웠다. 나는 평소에 사진 찍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인데도 그랬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나니 역시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물론 너무 비싸긴 하다)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했으면 정말 어쩔 뻔했나 싶고 ㅎㅎ 앞으로 살면서 이런 일이 또 언제 있을까도 싶고. 

 

이번에 촬영을 도와준 사람들도 모두 너무 너무 좋았다. 물론 어떤 사람은 '돈을 냈으니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내가 돈을 지불한 것 이상의 서비스도 기대해선 안 되는 거 아닐까. 하루종일 자리를 지켜주신 열정 플래너님,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나를 챙겨주시면서 예쁜 현장 사진까지 남겨주신 헬퍼님, 농담으로라도 싫은 소리 한 마디 없이 내가 만들어간 수십장의 촬영 시안을 전부 챙겨주신 작가님(우리보다 먼저 촬영 시작한 팀이 먼저 퇴청할 정도로 오랫동안 작업해주셨다), 퇴근하셨다가 다시 돌아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머리 만져주신 헤어 원장님. 뭔가 쓰다 보니까 약간 수상소감 같긴 한데(ㅋㅋ) 암튼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이 분들 모두가 정말 진심으로 우리 촬영에 임해주셨고, 진심으로 우리를 도와주셨다. 덕분에 눈살 찌푸리는 일 한 번 없이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복인 것 같다. 

 

그리고 수상소감 한 김에 한 마디 더 쓰자면.. 역시나 싫은 소리 한 마디 없이 딴짓 한 번 안 하고 멋지게 촬영을 마친 남자친구에게도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듣자하니 어떤 신랑들은 촬영에 집중 못하고 중간에 야구를 보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촬영 때도 웃기는커녕 정색을 하거나 한다던데;;;; 만약 신랑이 그랬다면 촬영하는 내내 눈치도 보이고 너무 우울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내 남자친구는 내가 멋대로 준비한 촬영 시안에 충실히 임해주었고, 딴 데 눈길 한 번 안 주고 촬영에만 집중하였고, 무엇보다 나와 함께 웨딩 촬영을 즐겨주었다. 그 점이 참 고마웠다.